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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2/14)카테고리 없음 2019. 9. 2. 03:58
2018년 1월에 사촌 여동생이 살고있는 독일에 갔다가 그가 살는 동네에 있는 어느 개신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했다. 그 예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혹은 충격적인 장면)은 대표 기도였다. 기도의 내용이라기 보다는 기도를 하는 사람의 방향 말이다. 기도자는 앞에 나가 회중을 바라 보지 않고 회중을 등지고 제단(혹은 강단) 뒤에 걸린 십자가를 보고 기도를 했다. 오래 교회를 다녔지만 그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한 거였다. 누구를 대표해서 누구에게 기도를 하는지 생각해보면 말이다. 나는 기도의 내용보다도 이러한 상징이 더 많은 말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오늘 예배 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다니고 있는 정교회에서는 일요일 아침을 금식을 하고 예배 후에 같이 식사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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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half, leave the other half(8/30)카테고리 없음 2019. 9. 2. 03:15
오늘은 꿀 빠는 아니 꿀 따는 날이다. 올 봄에 키우기 시작한 벌이 만든 꿀이다. 팜스쿨 양봉 선생님인 앤이 딸기 밭에 두었던 3층 짜리 벌통을 가져왔다. 한 층 마다 10개의 프레임이 있는데 그걸 하나씩 꺼내서 거기에 모인 꿀을 추출하는 것이다. 꿀은 당연히 육각형으로 되어 있는 벌집(honeycomb)에 들어 있는데 육각형의 방 마다 얇은 왁스로 된 뚜껑이 있다. 벌이 꽃에서 꿀물(nectar)를 먹은 후 벌집으로 와서 다시 뱉어 놓으면 일벌이 그 꿀물을 방에 저장해 놓는데 처음부터 뚜껑을 닫는 것은 아니다. 꿀물이 꿀이 되려면 벌이 먹고 다시 뱉어 놓을 때 벌 내장에 있는 엔자임이라는 것과 섞여야 하지만 꿀물에 있는 수분이 어느 정도 날라가야 한다. 꿀물에서 물을 증발시키는 일을 일벌은 수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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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으로의 여행(8/18)카테고리 없음 2019. 8. 18. 00:52
팜스쿨 핸드북에 따르면 학생농부는 일 년에 여름 휴가 5일, 개인 휴가 4일로 총 9일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이미 하루 반 나절 개인 휴가를 썼기 때문에 남은 휴가는 일주일 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일한 국제 학생이고 가장 멀리서 왔다는 이유로 염치없게 3주 동안 휴가를 냈다. 그 중에 1/3은 대만에서 아내와 보냈고, 나머지는 부모님과 아들과 함께 미국 여행을 했다. 휴가 기간에 운전을 무지 많이 했다. 대만으로 가기 위해 팜스쿨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갔는데 그 거리가 700킬로미터, 대만과 서울에 들렸다가 다시 워싱턴 디씨로 와서 필라델피아까지 260킬로미터, 거기서 뉴욕까지 150킬로미터, 뉴욕에서 나이아가라까지 650킬로미터, 나이아가라에서 토론토까지 140킬로미터, 토론토에서 보스톤까지 885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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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를 잃다(7/1)카테고리 없음 2019. 7. 4. 07:35
올봄에 출산을 한 양들은 거의 대부분 쌍둥이를 낳았는데도 모두 순산을 했다. 그런데 올해 육소들의 출산은 순탄치가 않다. 다른 포스팅(패티는 피프를 낳고 피프는 퍼플레인을 낳고)에서도 이야기 한 바 있지만 가축을 키우는 농가의 수익은 얼마나 재생산율을 높느냐에 달려있는데 말이다. 소는 태어난지 15개월이면 거의 65% 성장을 하는데 그 정도만 돼도(이때 소는 2살이다) 교배 시기에 맞춰 빨리 임신을 시킨다. 송아지를 낳은 후에도 50~90일 사이에 빨리 젖을 떼게 한다. 젖을 먹이는 동안은 임신이 안되기 때문이다. 빨리 젖을 떼도록 한 후 어미 소를 다시 교배breeding 시키는 것이다. 교배하는 방법은 크게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있다. 전자는 노동력과 시간, 장비와 전문성이 들지 않고 임신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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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비출 때 건초 말리기(6/28)카테고리 없음 2019. 7. 4. 03:33
동물을 키우는 미국에 농장에는 대부분 2층짜리 헛간barn이 있는데 그것을 건초 헛간hay barn이라고 부른다. 팜스쿨에도 그런 건초 헛간이 있다. 1층에서는 젖소를 키우기 때문에 여기서는 건초 헛간 대신에 젖소 헛간dairy barn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말이다. 작년 12월 그 젖소 헛간의 2층에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 넓고 높은 2층에 마치 피라미드처럼 건초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풀을 먹고 자라는 팜스쿨의 동물들은 겨울이 되면 목초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건초를 먹는다. 우리는 겨우내 젖소 헛간 2층에 한 가득 쌓인 건초들을 조금씩 트럭에 싣고 가서 소와 말에게도 주고, 양과 염소에게도 주었더랬다. 특히 봄에 임신 말기인 양들에게는 하루에 세 묶음(더 영양분이 많은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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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쿨의 느린 토요일(6/29)카테고리 없음 2019. 7. 4. 00:33
팜스쿨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공식 일정이 없다. 주말 동안 그린 하우스와 동물 돌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가하다. 친구가 팜스쿨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에머스트에 살았을 때에는 토요일이면 거길 자주 가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팜스쿨에 머물면서 그냥 느리고 천천히 토요일을 보낸다. 오늘도 늦잠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지하실로 가서 빨래를 세탁기에 넣은 후 부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여기서 아침으로 가장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은 달걀 후라이. 팜스쿨의 후라이 팬은 모두 무쇠로 만들어져서 스토브의 불을 켜고 나서도 한 참을 기다려야 달궈진다. 그러나 한번 달궈지면 한참 동안 뜨겁기 때문에 다 익기 전에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다 쓰고 나서도 세제 없이 물로만 팬을 닦은 후 녹슬지 말라고 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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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치를 만들다(6/26)카테고리 없음 2019. 6. 27. 11:36
지금은 밤 9시 40분. 학생농부들은 이미 한 시간 전에 모두 잠자리에 들어지만 나는 아직도 부엌에 있다. 부엌에서 김치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팜스쿨에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김치를 담그어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오자 마자 자신들이 만든 김치 맛이 어떤지 물어보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 보며 대답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 난다. 그 이후에도 학생농부들과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만들어 먹었는데, 오늘은 물김치다. 오늘 초이썸(choi sum)이란 채소를 수확했다. 소비자에게 가는 양보다 더 많이 수확해서 여유분이 생긴 초이썸으로 뭐를 할까 고민하다가 물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초이썸은 처음 들어보는 채소라 사람들이 어떻게 먹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그것으로 물김치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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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혹은 misplaced plant(6/17)카테고리 없음 2019. 6. 21. 11:00
"팜스쿨도 지금쯤 한창 바쁘실거 같아요. 제초제 같은거도 안쓸거 같은데 잡초를 설마 하나씩 뽑진 않을것 같고. 어떻게 잡초 관리를 하는지도 궁금하네요."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이메일을 하면서 잡초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묻는다. 오늘 플랫필드에 있는 비트 밭에 가서 잡초를 뽑았다. 여기서 많이 나는 잡초도 한국에서 나는 거하고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가장 익숙한 것이 명아주lambsquarter하고 쇠비름purslane이다.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구주개밀quack grass. 그리고 별꽃아재비라고 하는 갤런소가(galinsoga)와 피그위드pigweed라고 명아주와 비슷한 것도 흔하다. 여기서 잡초를 관리하는 방법도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비슷한 점은 뽑고 뽑고 또 뽑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