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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혹은 misplaced plant(6/17)카테고리 없음 2019. 6. 21. 11:00
"팜스쿨도 지금쯤 한창 바쁘실거 같아요. 제초제 같은거도 안쓸거 같은데 잡초를 설마 하나씩 뽑진 않을것 같고. 어떻게 잡초 관리를 하는지도 궁금하네요."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이메일을 하면서 잡초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묻는다.
오늘 플랫필드에 있는 비트 밭에 가서 잡초를 뽑았다. 여기서 많이 나는 잡초도 한국에서 나는 거하고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가장 익숙한 것이 명아주lambsquarter하고 쇠비름purslane이다.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구주개밀quack grass. 그리고 별꽃아재비라고 하는 갤런소가(galinsoga)와 피그위드pigweed라고 명아주와 비슷한 것도 흔하다.
대표적인 잡초들이다. 왼쪽 두번째 부터 쇠비름, 명아주, 피그위트, 갤런소가, 구주개밀. 여기서 잡초를 관리하는 방법도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비슷한 점은 뽑고 뽑고 또 뽑는 것. 그런데 잡초를 뽑는 사후적인 방법 외에도 사전적으로 잡초를 관리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가능한 한 그린하우스에서 씨를 발아시켜 모종으로 키워 그 모종을 심는 방법이다. 밭에 씨를 직접 뿌리면 잡초와 작물이 같이자라 키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씨를 뿌려 키운 루콜라를 수확할 때 잡초와 너무 섞여 있어서(루꼴라 반 잡초 반) 골라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씨를 뿌리는 대신 모종을 심으면 잡초와 쉽게 구별이 되고 간격도 충분하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쉽니다. 특히 대각선으로 모종을 심으면 hoe(호)라고 하는 잡초 제거용 괭이를 사용하기 쉽다.
팜스쿨에서 와서 처음 봤던 농기구 중에 하나는 hoe다. hoe는 농부가 선 채로 두둑이나 이랑에 난 어린 잡초를 긁어서 제거하는 괭이라고 보면 된다. 팜스쿨에는 다양한 hoe가 있지만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바퀴가 달려서 이랑을 끌고 다니면서 잡초를 긁어내는 wheel hoe하고, 괭이 날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도록 고안되어 두둑에 핀 긴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stirup hoe, 직사각형의 날이 끝에 달려 있어 두둑의 어린 잡초를 긁어내는데 쓰이는 collinear hoe다. 특히 모종을 대각선으로 심은 경우에는 collinear hoe를 사용하면 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
학생농부가 Hoe를 사용해서 가지밭 이랑에 난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hoe를 사용하는 것을 사전적인 잡초 관리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잡초가 난 이후에 제거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잡초가 어릴 때, 특히 잡초가 커져서 씨앗을 퍼트리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니 어떤 의미에서 사전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니 15년 전 집주인에게 텃밭을 얻어서 작물을 키웠던 생각이 난다. 우리가 두 해 정도 잡초를 뽑지 않고 늦게까지 방치하면서 텃밭을 사용하는 것을 본 후 집주인이 더이상 텃밭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 때 우리는 잡초를 빨리 뽑던 늦게 뽑던 무슨 상관인가 하면서 불평을 했더랬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잡초를 빨리 뽑지않아 씨를 맺게 되면 그 씨가 날라가 옆 밭에까지 피해를 준다. 잡초가 씨앗을 맺으면 얼마냐 맺을까 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잡초(앞에서 말한 갤런소가)는 풀 하나가 10,000개의 씨앗을 퍼트린다!
같은 이유로 멀칭을 하는 것도 잡초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고추나 멜론 등 추수할 때까지 한참 걸리는 작물의 두둑은 멀칭을 한다. 두둑에 멀칭을 한 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멀칭한 비닐에 구멍을 뚫어 모종을 심거나 씨를 심는데, 그렇게 하면 그 구멍 외에는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그 구멍으로 나온 잡초는 지나가면서 그냥 손으로 휙 뽑아내면 된다. 팜스쿨에서는 두둑 뿐 아니라 이랑pathway에도 방수포tarp를 깔아서 잡초가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어떤 농장에서는 종이 박스를 이랑에 두어 멀칭을 하기도 하는데, 팜스쿨에는 종이 박스를 멀칭 재료로 쓰지 않는다. 하지만 딸기 밭의 경우 짚으로 이랑의 멀칭을 하기도 한다). 비닐 멀칭을 할 때 한 가지 않 좋은 점은 재활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수포는 접어서 다음 해에 또 쓸 수도 있지만 비닐멀칭은 일회용이다. 생분해성 멀칭 비닐이 나왔다고 하지만 아직 가격이 일반 멀칭 비닐의 3배가 넘으니 아직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토마토와 고추 밭 고랑과 이랑에 비닐멀칭과 방수포를 덮어 잡초를 관리한다. 다른 포스팅에서 팜스쿨에서는 여러 이유로 경운tillage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운을 하게 되면 땅 속에 있는 미생물들을 방해하고 땅 속에 뭍힌 탄소를 바깥으로 꺼내기 때문에 좋지 않다. 그런데 경운을 하지 않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실 땅 속에는 잡초의 풀 씨앗이 생각 보다 더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 싹을 틔우지 않는 것은 발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묻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운을 하면서 표토 밑에 있는 토양을 위로 올리게 되면 잠자고 있던 잡초를 깨우는 꼴이 된다. 그래서 경운을 하지 않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전적인 잡초관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팜스쿨에 와서 처음으로 접한 화염제초 방식이다(아직 본격적으로 해본 적은 없고 아마 다음 주 중에 해볼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것은 잡초보다 늦게 싹이 나는 작물을 심을 때 좋다. 두둑을 만든 다음 씨앗을 심고 2주 정도 기다린다. 그러면 늦게 싹이 나는 작물을 심었기 때문에 잡초가 먼저 싹을 틔우고 올라오기 시작하다. 그 때 화염제초기를 가지고 두둑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미리 올라온 잡초를 태우는 것이다.
지난 겨울 화염제초제를 이용해서 바닥에 얼어 붙은 벌목한 나무를 녹이고 있다. 잡초를 생각하면 늘 큰 아이가 어릴 때 동네에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알게 된 학부모 하나가 생각난다. 식물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내가 무슨 말 끝에 '잡초'라고 하니까 "이 세상에 잡초는 없다. 야생초다"라고 하면서 바로 나를 고쳐주었다. 당시에 나도 농사를 지은 경험도 없으면서 "실험실만 있어봐서 당신이 그렇게 낭만적으로 말하나 본데 농사를 제대로 지으면서도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두고보자"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누가 그랬듯이 농사를 짓다보면 잡초는 내가 심은 작물 뿐 아니라 나하고도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식물학자의 말도 맞는 말이다. 잡초에도 다 이름이 있고 어떤 것은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약이 되기도 하고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그 잡초들이 피는 예쁜 꽃이다(꽃을 피울 때는 그 잡초가 야생화라는 조금 더 근사한 이름이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팜스쿨에서 두둑에 핀 잡초를 볼 때는 그냥 필 곳을 잘못 찾은 식물misplanted plant정도로 보기로 했다. "네가 다른 곳에 피었다면 사랑을 받았을 텐데 피지 말아야할 여기에 피었으니 나는 너를 미워할 수 밖에 없구나".(6/17 달날).
밭이 아닌 곳에 핀 갤런소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