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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your own beeswax (11/5)카테고리 없음 2018. 11. 15. 09:47
오늘은 빨간머리 앤처럼 끝에 e가 하나 더 붙은 앤(Anne)이 와서 양봉 입문 강의를 해주었다. 앤도 여기 팜스쿨 출신으로 이 동네에서 6년 동안 양봉을 해오고 있는데 빨간머리 앤 혹은 비행하는 꿀벌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짧은 시간에 신이 나서 양봉 이야기를 했다. 나도 오늘은 '왕벌의 비행'처럼 써보려고 한다.
위의 사진처럼 미국의 벌통도 한국의 것과 다르지 않은데, 이번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상자 형식의 벌통은 팜스쿨에서도 멀지 않은 그린필드라는 곳에서 살았던 Langstroth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앤은 벌통을 설명하면서 cell, honey comb, colony, hive라는 나로서는 첨 듣는 단어들을 계속 썼다. cell은 꿀벌의 알이나 애벌레가 사는 육각형의 집이고, 이러한 cell이 모인 덩어리가 honey comb이다. colony와 hive는 서로 바꿔쓰기도 하는데, 대개 봉군(벌봉, 무리군)이라고 번역하는 colony는 하나의 여왕벌을 중심으로 한 꿀벌의 무리를 지칭하는 것이고, 그 colony 무리가 사는 곳이 hive 다. 하나의 hive 혹은 하나의 colony에 여러 개의 honey comb가 있는데, 어떤 honey comb에는 꿀벌들의 영양에 필요한 꿀을 저장해 두고, 어떤 honey comb에는 미래를 위해 잉여 꿀을 저장해 둔다. 결국 양봉을 하면서 우리가 가져가는 것은 그 잉여 꿀이 담긴 honey comb이다(대략 전체 꿀의 양의 35%정도 된다). 당연히 양봉을 할 때 사용하는 나무 상자로 만든 hive는 자연의 hive를 보고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꿀벌이 육각형의 cell을 쉽게 만들도록 파운데이션이라는 모조 cell을 hive에 넣어주면 벌이 그 파운데이션을 기초로 honey comb을 만들게 된다(앞에 사진에서도 honey comb아래 플라스틱으로 만든 파운데이션을 볼 수 있다).
아무튼 한 hive에 사는 한 꿀벌의 집단을 colony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하나의 colony 혹은 hive에 하나의 여왕벌이 있기 때문인거 같다. 그 여왕벌이 하는 일은 오로지 알을 낳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빨리 그리고 많이. 몸 속에 정자를 보관해 놓는 능력이 있는 여왕벌은 하루에 2천개를 낳기도 한단다. 꿀벌은 몸 통이 유난히 긴 여왕벌, 알을 낳을 수 없는 암벌인 일벌 그리고 여왕벌과 공중에서 교미를 하고 죽어버리는 (여왕벌을 잘 찾기 위해 눈이 유난히 큰) 숫벌인 드론drone이 있다(드론이 이 드론이었다니). 그러니 여왕벌이 낳은 알은 대부분 일벌이되지만(하나의 hive에 4만에서 6만 마리의 일벌이 있기도 하다), 드론(전체 꿀벌 중에 15%정도인데 일벌과는 달리 무정란에서 태어난다)도 있고 여왕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colony에는 여왕벌이 하나만 있어야 하므로 여왕벌을 다른 여왕벌을 낳게 되면 그 여왕벌이 깨어나기 전에 꿀벌의 무리를 이끌고 가서 다른 colony를 만든다. 만일 여왕벌이 여러 마리의 여왕벌을 낳았다면? 그러면 가장 먼저 태어난 여왕벌이 다른 여왕벌 cell에 가서 그들이 깨어나기 전에 죽인다. 동시에 태어났다면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싸우고. 왕이라면 명령을 내려 다스리는 법. 여왕벌도 마찬가지로 colony를 다스리기 위해 명령을 내리는데, 독특한 점은 여왕벌은 페로몬을 분비해서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hive에 갈 때 분무기로 연기를 뿜는 것을 본 적이 있을 텐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왕벌의 페로몬 냄새를 다른 꿀벌들, 특히 일벌들이 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뿜지 않고 hive를 열게 되면 여왕벌이 뿜은 경고 페로몬을 맡고 벌들이 hive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앤은 꿀벌을 키울 때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곰이 와서 흔적도 없이 먹어버리도록 하지 않게 펜스를 쳐야 하고, 농약이 묻은 꽃가루를 꿀벌이 먹지 않도록 해야하고, 바로아 마이트(varroa mite)라는 진드기가 꼬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겨울에 살아남도록 해야한다. 영하로 내려가면 꿀벌들을 여왕벌을 중심으로 서로 달라 붙어서 클러스터(송이) 형태로 있게 되는데, 겨울을 버티도록 음식도 주고 너무 춥지 않도록 hive에 방한처리를 해줘야 한다. 미국에서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https://beeinformed.org/ 를 보면 2017년에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은 꿀벌 colony가 50%는 된다고 하니 겨울을 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위 사진. 팜스쿨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꿀벌).
꿀벌은 꽃에서 넥타라는 단 액체를 hive로 가져와 날래를 펄럭여 그 넥타안에 있는 80%의 물을 증발시켜서 꿀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가 꿀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일벌은 cell에 들락날락 할 때 꽃가루를 뭍히기 때문에 hive에서 꽃가루를 얻을 수 있다. 여왕벌의 먹이인 꿀벌의 분비물, 로얄제리도 있고, honey comb이 부서졌을 때 꿀벌은 끈끈한 액체를 나오게 해서 벌집의 부서진 부분을 수리하는데 그 액체인 포리폴리스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밀랍이라고 부르는 왁스(wax)도 우리가 꿀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꿀벌은 배에서 왁스를 만든 후 그것을 입으로 보내 다른 꿀벌들과 팀웍으로 honey comb를 만는데, 그 왁스을 녹이면 초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꿀벌이 주는 유익 중에는 더 엄청난 것도 있다. 바로 농작물의 수분(pollination)이다. 우리가 경작하는 농작물의 수분은 상당 부분(농작물의 1/3은 곤충을 통해 수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 꿀벌이 담당하는 것이 80%된다고 한다) 꿀벌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꿀벌이 없으면 농작물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이다.
앤으로 부터 팜스쿨에서 키운 꿀벌이 만든 왁스를 얻었다. 이 왁스를 중탕하는 방식으로 녹이면 호박색의 액체가 되는데 그것으로 초를 만들 수 있다. 물론 향을 내려면 천연 아로마 에센스를 녹은 왁스에 넣으면 된다. 초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쓰지 않는 용기를 구하다가 심지를 안에 넣고 왁스 녹인 물을 부은 후 식히는 것이다. 팜스쿨에서 있으니 살림살이가 없어 굴러다니는 병도 없다. 방에서 러쉬 비누 케이스, 아내가 일본에서 사온 위장약 병, 칫솔 꽂이로 사용하는 유기농 토마토 페이스트 캔 그리고 M가 쓰라고 준 컵이 전부이다. 심지가 곧게 서 있어야 하므로 심지 끝에 너트 같은 무거운 쇠조각을 묶어서 용기 안 가운데로 내리고 심지 위에는 나무 젓가락으로 묶은 후에 왁스를 붓는다. 초를 만드는 두번째 방식은 역시 심지 끝에 쇠조각을 묶은 후에 녹은 왁스 용액이 담긴 그릇에 넣었다 빼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심지를 그릇에 넣을 때 왁스 용액이 묻고 밖으로 빼낼 때 묻은 왁스가 굳어 달라붙는데, 그렇게 왁스가 달라붙은 심지에 왁스 용액을 묻히기 위해 다시 그릇에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를 50번 정도 하면 촛대 위에 꽂는 기다란 양초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팜스쿨에서 키우는 꿀벌의 왁스로 초를 만들고 나니 이번 그 꿀벌들이 이번 겨울을 나와 함께 잘 났으면 좋겠다. (11/5 달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