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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죽음 (10/21)카테고리 없음 2018. 11. 11. 03:23며칠 전 새벽 잠결에 옆 방에 사는 P의 창문을 누가 두드리면서 도로에 나온 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창문을 두드린 사람은 경찰이었는데 그가 온 이유는 우리 목초지에서 소가 도망쳐 나와 도로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책임자에게 전화를 하라는 것이다. 경찰이 한밤 중에 팜농장에 함부러 들어와 학생들이 자는 집 창문을 두드리고 전등을 비추면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주 부적절한 행동인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소가 왜 도로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어떤 사람은 이미 펜스에 구멍이 나 있었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소들이 도축장으로 실려간다는 것을 알고 도망쳐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친구는 돼지들도 며칠 후에 도축장으로 간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고 했다. 더 추워지면 가축을 먹이는 것이 힘들어(특히 풀을 먹이는 팜스쿨 농장의 경우에는 더 힘들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돼지는 새끼 두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리고 소는 5마리 정도를 추려서 도축을 한다. 오늘은 팜스쿨이 속한 지역에서 도축장을 운영하는 A에게 소 5마리를 보냈다. 소들이 좋아하는 건초를 좁은 공간에 둔 후에 소들이 모두 모이면 문을 닫아 막고 그렇게 모인 소들 중에 실어가지 않을 것들을 문 밖으로 내보내 5마리만 남긴 후에 복도 같은 곳으로 유인하여 트레일러를 타게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 정성껏 돌보던 소들이 오늘 죽으러 가는 것을 볼 뿐 아니라 트레일러 안으로 몰아넣는 일을 하면서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갈무리를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학생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S는 소가 트레일러에 실려 가는 것을 보면서 울었고, 유난히 힘들어 하는 L은 한동안 소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팜스쿨에 가기로 결정하는데 중요한 동기를 제공한 책 중에 하나가 <food and faith:a theology of eating>이다. 그 책의 저자 Norman Wirzba는 음식은 죽음과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을 먹지 않으면 내가 죽고, 내가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가 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고, 특히 누군가 나를 위해서 죽었기 때문에 내가 비로소 산다는 성만찬을 재현하는 일이다. 먹는 일을 단순히 소비로 여기고 음식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시대에는 도무지 하기 힘든 상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를 위해 죽은 누군가를 생각을 하고 나는 어떻게 은유적으로(결국은 물리적으로) 다른 이에게 밥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10/21 해날)덤1: 이런 심각한 말을 어필 vlog에서도 일부 이야기한 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yKF8u73b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