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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10/17)카테고리 없음 2018. 11. 25. 07:45
착하고 말 잘 듣는 양
모두들 양을 돌보는 일은 좋아한다. 양은 착하고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하루 세번 물에 (소화를 돕기 위해) 식초를 타서 주고, 미네랄과 켈프(kelp)라는 해초를 먹이는 것은 소를 돌볼 때와 같다. 하지만 소의 경우 매일 목초지를 옮겨줘야 하는 반면 양은 일주일에 한번만 옮기면 된다.
물론 소는 밤낮으로 목초지에 지내기 때문에 양처럼 아침에 목초지로 내보냈다가 저녁에는 건초(hay)가 있는 처마 밑으로 들여보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양을 아침 저녁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힘이 들지 않는다. 아침에는 목초지로 나가는 문만 열어놓으면 되고(아래 영상: 해가 뜨려고 할 때 목초지로 나가는 양들), 저녁에는 양들이 자주개자리풀이라고 하는 알팔파(alfalfa)에 중독이 되어 있어 그게 담긴 통만 들고다녀도 양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들은 덩치가 큰데다 무리에는 황소(bull)도 섞여 있어 새끼가 있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한다.
11월 1일에 짝짓기 시작
이전에는 양은 모두 다 sheep인 줄 알았는데, 여기와서 양들을 부르는 말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1년이 안된 어린양은 숫컷이든 암컷이든 램(lamb)이라고 부른다. 1년이 넘은 암컷 양은 유(ewe)라고 부르고, 거세하지 않은(intact) 숫양은 램(ram) 혹은 벅(buck), 거세한 숫양은 웨더(wether)라고 부른다. 거기에다가 고기가 된 양의 이름까지 더하면 더 복잡하다. 어린 양인 램(lamb)은 고기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데, 나이든 양의 고기는 머튼(mutton)이라고 부른다.
팜스쿨에 숫양인 램(ram)은 두 마리 뿐이고 암양과는 따로 키운다(아래 사진). 겨울에 새끼를 낳으면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램(ram)은 11월 초부터 암양과 합(合)울타리를 하게된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해 안 그러면 정말 병이 돼"
그런데 일이 생겼다. 합(合)울타리를 시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두 마리의 램(ram) 중에서 한마리가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냥 앉아있다. 두 마리 숫양 중에 가장 튼튼한 놈이 그러고 있다.
일부러 움직여 보니 오른쪽 앞다리는 땅에 대지도 않은 채 다리 3개로 선다. 아픈지 오래 된 거 같은데 우리는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발목은 아니고 발바닥인 굽을 다친 듯 하다(아래 사진에서 아픈 곳에 오랜지색 붕대를 감았다).
말을 잘 듣고 착한 성질 때문에 양은 병에 걸려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은 다른 가축과는 달리 무슨 문제가 없는지 더 각별히 살펴야 한다. 사실 양이 뜯어 먹는 목초지의 풀들은 일주일이 지나도 남아있다. 하지만 풀이 너무 짧아지면 양은 짧은 풀에 기생하는 벌레 때문에 병에 걸리기 쉬운데다가 양은 병에 걸리고도 그것을 꼭꼭 숨기고 있어 풀이 짧아지기 전에 목초지를 옮겨주어야 한다.
말 잘 듣고 착하다고 다 좋은게 아닌거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스탭 P는 굽 안쪽이 감염이 된거 같다고 주사를 놓겠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동물병원이 없는데다가 수의사를 부르려면 비싸서 그런지 이것도 직접한다.
나는 P 가 주사를 놓는 동안 두려워 떠는 램을 부둥켜안으면서 한 손으로는 그 녀석의 턱을 위로 쳐들었다. 그래야 주사를 놓는 동안 움직이지 않는단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토닥여줬다. "착한 양아 빨리 나아라". ("아프고 싶어서 아프나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저쪽으로 가고 싶다고 뭐"). (10/17 물날)
덤1: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해 안 그러면 정말 병이 돼"는 아래의 우효(OOHYO)의 노래에서 가져옴 https://www.youtube.com/watch?v=wAOkxHmsZho&feature=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