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스텝 브로드캐스트(10/9)
팜스쿨에서는 돌려짓기(윤작)을 할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땅을 쉬게 하는 휴경도 한다. 오늘은 휴경지로 팜스쿨 학생 농부와 스탭들이 모였다. 1에이커 정도 되는 규모의 텃밭이다. 여기에 가을호밀(winter rye)를 심는단다. 스탭 CR이 가을호밀씨 150킬로그램을 학생농부와 스탭들에게 통에 담아 나누어주었다. 우리는 가을호밀씨가 담긴 통을 하나씩 들고 텃밭 끝에 일렬로 섰다.
"스텝-스텝-캐스트, 스텝-스텝-케스트". CR이 구호를 외치며 가을호밀씨를 뿌리는 방법을 보여준다. 들고 있는 통에서 오른 손으로 가을호밀씨를 한움큼 집은 뒤 "스텝, 스텝"이라고 말하면서 두 걸음을 간다. 그 다음에 씨를 잡은 손을 왼쪽 에께 쪽으로 가져간 후 "브로드케이스"라고 하면서 움껴쥔 손을 조금씩 펴면서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여 흩뿌리기를 한다.
CR이 씨를 뿌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아래 사진에 있는 팜스쿨 사무실인 horese barn 문 앞에 붙여있는 그림보다 10배는 더 멋있다고 보면 된다). 감명을 받은 나는 CR을 최대한 흉내내며 "스텝-스텝-브로드케이스" 구호에 맞춰 춤을 추듯 조심스럽게 두 걸음을 걸어가서 최대한 우아하게 씨 뿌리는 동작을 한다*. 이렇게 1에이커의 밭을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지나가면서 20명 가끼이 되는 사람이 가을호밀씨를 뿌렸다.
팜스쿨에서는 휴경지에 가을호밀 뿐 아니라 메밀(buck wheat)와 콩과 식물인 살갈퀴(vetch)와 토끼풀(clove)을 심는다. 땅을 쉬게 하면서 작물은 심는다니!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땅을 진짜 쉬게 하는 거라면 거기에 아무 것도 심지 않고 그냥 놓아두고 놀려야 할거 같은데.
CR말로는 토양에 아무 것도 심지 않고 그대로 두면 바람과 비 때문에 표토가 침식되고 토양에 있는 영양분이 유출되어 토질이 더 안좋아진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커버크랍(cove crop)이라고 하는 피복작물을 심어 이러한 현상을 막아야 한단다.
그런데 커버크랍의 기능은 단지 표토의 침식과 토양비료의 유출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커버크랍을 잘 심으면 토양에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토끼풀이나 살갈퀴 같은 콩과 식물을 심으면 작물이 자라는데 가장 필요한 영양소인 질소를 땅에 공급할 수 있다. 콩과 식물이 공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시켜 땅으로 보내기 때문이다(보통 동물의 분료로 만든 거름을 가지고 토양에 질소nitrogen 를 보충해주는데, 이럴 경우 인산phosphorous도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고, 그것이 유출되면 주변에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그런데 콩과 식물로 질소를 보충해 주는 경우 어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이렇게 휴경지에 심은 커버크랍은 팔기 위해 베어내서 밭에서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커버크랍을 잘라내서 땅 속에 묻어준다. 그러면 토양에 유기물질이 많아지져 그 유기물질을 양분이자 집으로 사는 미생물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 활동은 활발하게 된다. 그리고 미생물은 다시 그 유기물질을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무기물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커버크랍은 뿌리를 내리면서 토양의 구조를 더 좋게 만들고, 잡초가 자리잡지 못하게 한다.
팜스쿨에서 휴경을 할 때 땅을 그냥 놔두고 놀리는 것이 아니라 커버크랍을 심고 그것을 땅에 다시 묻는 것을 보면서 나의 안식년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안식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팜스쿨에 오길 참 잘한 것이다. 커버크랍이 휴경지에 하듯이 팜스쿨에서 1년 동안 배우고 일하면서 나도 이 전보다 비옥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10/9 불날).
*여기 팜스쿨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 당시 커버크랍을 흩뿌리기로 심는 학생농부를 볼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p/BpO9iuABd8T/?igshid=110d8jilfrrpv